Sunday 9 October 2016

8. 내 쉴 곳 그 어디인가

사는것은 투쟁의 연속이라고 누군가가 말했던가. 불필요한 욕심을 버리고 첩첩산중에서 도 닦고 살지 않는 이상은 계속 부딪힘의 연속, 그 고리를 끊는 것은 스스로의 고립 혹은 삶의 절단이라 해야 하나.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위치에서 일을 하고 남 부럽지 않은 사회 생활을 누리고 있으면 이제 행복할 때도 되었는데, 쌓여가는건 스트레스와 우울증 뿐이니, 이쯤 되면 주변이 아닌 내가 문제가 있다는게 정확한 진단이렷다.

10대에 꿈꾸던 20대를 살았고 같은 또래들보다 더 누릴 수 있는 30대로 접어들었으나 하루 하루 남는 것은 공허함 뿐이다. 영원한 이방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아마 그 공허함의 토대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이제는 내 나라에 돌아가도 이방인이 되는 처지, 그 어디에도 내가 마음 놓고 머리를 뉘일 자리는 없다.

원효대사 해골물, 사람 일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고 하지만 그런 원효대사도 자신이 감미롭게 마신 새벽녘의 물이 썩은 해골에 담긴 오수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구토를 하였으니, 이 이야기의 결론은 아무리 도 닦고 잘난 이라고 해도 물체의 본질을 알고 나서는 답이 없다... 라고 해도 좋을것이다.

나는 나의, 내 주변의 본질을 알고 있기 때문에, 행복해 질 수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모든걸 훌훌 털어 버리고 철새마냥 가야 할 곳을 찾아서 날아가기 전 까지는 이 생활의 연속일 것이다. 연을 끊고 날아갈 의지와 용기가 과연 나에게 주어진 선물에 포함이 되어 있을까. 갈수록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 하면 할수록 독이 되어 영혼을 갉아먹는 생각들.

Monday 28 March 2016

7. 뫼비우스의 띠

또 다시 돌고 돌아 원점에 도착하였다. 이쯤 되면 둘 중의 하나는 지쳐 떨어져 나가야 하는데, 우린 너무 멍청하다 못해 상대방이 먼저 지치기를 기다리며 방어 없는 공격을 주고받아 이미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인 상황이다. 

사랑한다는 말을 해 본 것이 언제인가. 만 4년 만에 이리 쉽게 식는 것이 사랑이었던가. 서로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마음에 담고 보듬어 주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이었던가. 

언젠가부터 내 속에 부글부글 끓어 오르는 분노가 점점 내 머리를 통제하려 하고 있다. 예전에는 웃어 넘겼을 사소한 것 까지 발화점이 되며 시시때때로 폭발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 언젠가 통제권을 잃게 되면 정말 심각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 까 하는 두려움이 자라나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런 상황까지 나를 몰고 온 것이 그인지, 아님 내 스스로가 이렇게 생겨 먹은 것인지 구분할 능력을 잃어 버렸다. 모든 요소들이 뒤엉켜 '나너우리'의 구분을 융해시키고 '너너너'로 변질되어, 모든 잘못의 시발점은 내가 아닌 '너'인 것으로 결론이 난다. 

이렇게 던진 화살은 맞바람을 타고 다시 돌아 내 목을 관통하고, 피를 토하며 그 화살을 다시 뽑아 기어이 너의 심장을 후벼 파는 나는, 대체 어디서부터 뒤틀린 사람인걸까. 

누구 하나 속시원히 털어 놓을 사람도 없어 여기에 혼자 끄적거리는 내 스스로가 작고 볼품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