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28 March 2016

7. 뫼비우스의 띠

또 다시 돌고 돌아 원점에 도착하였다. 이쯤 되면 둘 중의 하나는 지쳐 떨어져 나가야 하는데, 우린 너무 멍청하다 못해 상대방이 먼저 지치기를 기다리며 방어 없는 공격을 주고받아 이미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인 상황이다. 

사랑한다는 말을 해 본 것이 언제인가. 만 4년 만에 이리 쉽게 식는 것이 사랑이었던가. 서로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마음에 담고 보듬어 주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이었던가. 

언젠가부터 내 속에 부글부글 끓어 오르는 분노가 점점 내 머리를 통제하려 하고 있다. 예전에는 웃어 넘겼을 사소한 것 까지 발화점이 되며 시시때때로 폭발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 언젠가 통제권을 잃게 되면 정말 심각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 까 하는 두려움이 자라나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런 상황까지 나를 몰고 온 것이 그인지, 아님 내 스스로가 이렇게 생겨 먹은 것인지 구분할 능력을 잃어 버렸다. 모든 요소들이 뒤엉켜 '나너우리'의 구분을 융해시키고 '너너너'로 변질되어, 모든 잘못의 시발점은 내가 아닌 '너'인 것으로 결론이 난다. 

이렇게 던진 화살은 맞바람을 타고 다시 돌아 내 목을 관통하고, 피를 토하며 그 화살을 다시 뽑아 기어이 너의 심장을 후벼 파는 나는, 대체 어디서부터 뒤틀린 사람인걸까. 

누구 하나 속시원히 털어 놓을 사람도 없어 여기에 혼자 끄적거리는 내 스스로가 작고 볼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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